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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범접(鬼神犯接)을 막은 또 하나의 노래 <비형랑주사(鼻荊郞呪詞)>


경주(慶州) 나들목 요금소를 지나면 8차선 곧은 도로(道路)가 가을을 가득 품은 채 사열(査閱)하는 가로수(街路樹)와 함께 포근하게 탐방객(探訪客)을 맞이한다.
100여 미터를 가다 오른편에 거대(巨大)공룡(恐龍) 같은 서라벌(徐羅伐) 광장(廣場)이 시멘트 냄새에 둘러싸여, 주위(周圍)의 아름다운 풍광(風光)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습으로 오지 않을 손님맞이에 한창이다.
여기에다 차량(車輛)을 두고 마을을 돌아가면 제법 넓은 냇가가 넘실넘실 춤을 추듯이 펼쳐져 있다.


경주 황천(남천) 전경. 물빛이 비형랑인양 푸르게 흘러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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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남천하류(南川下流)이다.
서라벌(徐羅伐) 진산(眞山) 금오산(金鰲山)-南山- 서편을 온전히 조망(眺望)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멀리 반월성(半月城)부터 시작된 적송(赤松) 행렬(行列)남산(南山) 자락을 호위(護衛)하듯 끝없이 이어져 장관(壯觀)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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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유사(三國遺事)기이(奇異) 도화녀(桃花女) ․ 鼻荊郞條에 비형(鼻荊)이 뭇 귀신(鬼神)들을 데리고 놀았다는 황천(荒川)이 곧 오늘날 남천(南川)이라고 한다.
황천(荒川)은 거친 냇가답게 온갖 잡풀로 물살을 가로막아 냇물이 구절양장(九折羊腸)마냥 휘어져 흐른다.


황천 냇가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개망초꽃. 혹시 비형의 귀신부리는 것을 보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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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라(新羅) 26대 진평대제(眞平大帝) 시대(時代), 서라벌(徐羅伐) 사람들 사이에는 귀신(鬼神)을 쫓는 영험(靈驗)을 가진 노래를 <비형랑주사(鼻荊郞呪詞)>라 하여, 앞 다투어 이 노래를 대문(大門)에 붙여 악귀(惡鬼)범접(犯接)을 막았다고 한다.
향가(鄕歌) <처용가(處容歌)>가 처용(處容)문신(門神)이 되는 과정(過程)을 나타내었다면, <비형랑주사(鼻荊郞呪詞)>의 비형(鼻荊)은 처음부터 귀신(鬼神)들을 부려 데리고 놀았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자신이 이미 귀신(鬼神)이었던 것이다.
<비형랑주사(鼻荊郞呪詞)>를 현대어(現代語)로 적어보면, www.pjnonsul.com
  
갸륵한 임금(신라 25대 진지대왕)이 낳은 아들   聖帝魂生子
비형랑의 방이 여기라오.   鼻荊郞室亭
날고뛰는 뭇 귀신들아   飛馳諸鬼衆
이곳에는 머물지 못할지라.   此處莫留停


경주 읍성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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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학자(學者)들은 이 노래를 향가(鄕歌)라 하기도 하고, 귀신(鬼神) 쫓는 주술(呪術)노래로 보기도 한다.『삼국유사(三國遺事)』를 지은 일연(一然)스님이 한자(漢字)로만 기록-향가(鄕歌)는 鄕札 : 한자(漢字)의 音과 訓을 우리말 어순(語順)으로 적은 것-하였고, 또한 노()라 하지 않고 글이라고 하여, 정확(正確)의미(意味)와전(訛傳)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화랑세기(花郞世紀)』의 발견(發見)으로 비형(鼻荊)이 13세 풍월주(風月主) 용춘공조(龍春公條)에, 화랑(花郞)으로서 힘써 낭도(郎徒)를 모았다고 하였고, 화랑(花郞)들이 향가(鄕歌)의 주요 담당층(擔當層) 중의 하나였다는 최근(最近)연구(硏究) 성과(成果)에 힘입어 조심스럽게 향가(鄕歌)였을 가능성(可能性)유추(類推)해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처용랑(處容郞)이라고 하여 처용(處容)화랑(花郞)이었음을 은연중(隱然中)에 내비치면서, 대표적(代表的) 역신(疫神) 쫓는 노래 <처용가(處容歌)>를 향가(鄕歌)라 했던 것에서도 깊이 음미(吟味)를 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신라 황실 별궁 같은 추령재의 백년찻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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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신라(新羅) 구나의식(驅儺儀式)의 대표는 <처용가(處容歌)>로 알려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처용(處容)역신(疫神)을 쫓는 문신(門神)으로 굳건히 자리매김 하고 있으나, 이보다 300년이나 먼저 <비형랑주사(鼻荊郞呪詞)>가 있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示唆)해 준다고 할 수 있다.
처용(處容)동해용왕(東海龍王)의 아들이라고 신이성(神異性)부여(附與)한 것과 같이 비형(鼻荊) 역시 죽은 진지대왕(眞智大王)혼령(魂靈)이 낳은 아들이라고 하여 또 다른 기이(奇異)함으로 당대인(當代人)들의 경외심(敬畏心)을 자아내었으니 놀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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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음(荒淫)군주(君主)신라역사(新羅歷史)기록(記錄)신라(新羅) 25대 사륜왕(舍輪王)-금륜(金輪) : 진지대왕(眞智大王), 29대 태종무열왕(太宗武烈王)친부(親父)- 시대(時代)도화랑(桃花嫏)이라는 사량부(沙梁部) 민초(民草)여식(女息)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신라(新羅) 최고(最高)색녀(色女) 미실(美室)에 의해 왕위(王位)에 오른 그였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하였던가. 그만 도화랑(桃花嫏)에게 홀딱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일국(一國)군주(君主)로서의 체면(體面)을 내팽겨 버리고, 도화랑(桃花嫏)에게 접근(接近)하여 상관(相關) 하려고 하니, 도화랑(桃花嫏)은 두 남편(男便)은 섬기지 않는다고 하면서, 목숨으로 절개(節槪)를 지키고자 하는 것이었다.
이에 ()은 농짓거리로 “남편(男便)이 없다면 가능(可能) 하겠나” 하니 도화랑(桃花嫏)허락(許諾)을 하였다.


황천 변에 핀 들꽃들이 비형의 전설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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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해 진지대왕(眞智大王)은 임금의 자리에서 쫓겨나 죽었다.
그 뒤 2년 만에 도화랑(桃花嫏)남편(男便)도 저세상으로 갔다.
남편(男便)이 죽은 () 열흘이 지나자 진지대왕(眞智大王)혼령(魂靈)이 나타나 도화랑(桃花嫏)에게 지난 일을 상기(想起)시키며 관계(關契)를 하려 하였다.
그러나 도화랑(桃花嫏)은 이내 결정(決定)치 못하고 양친(兩親)승낙(承諾)을 받은 뒤에 ()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서 ()도화랑(桃花嫏)의 집에 이레 동안 머물게 되는데, 이때 잉태(孕胎)하여 낳은 사내아이가 비형(鼻荊)이라고『삼국유사(三國遺事)』는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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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서 사륜왕(舍輪王)-진지대왕(眞智大王)-에 대해 좀 더 면밀(綿密)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신라(新羅) 25대 진지대왕(眞智大王)으로 알고 있는 사륜왕(舍輪王)-금륜(金輪)-은 24대 진흥대제(眞興大帝)의 둘째 아들로, 맏아들 동륜태자(銅輪太子)가 아버지 진흥대제(眞興大帝)후비(后妃) 보명궁주(宝明宮主)사통(私通) 때문에 보명궁(宝明宮) 담을 한 밤에 넘다가 큰 개에게 물려죽는 사건(事件)발생(發生)한다.
이로써 둘째 금륜(金輪)-사륜(舍輪)-이 왕위(王位)에 오르게 되는 데 이가 진지대왕(眞智大王)이다.
진지대왕(眞智大王)등극(登極)에는 신라(新羅) 왕실(王室)을 쥐락펴락하던 미실(美室)치밀(緻密)계산(計算)일조(一助)를 하게 된다.
진흥대제(眞興大帝)가 죽자 미실(美室)비밀(秘密)에 붙이고는 먼저 금륜(金輪)에게 왕위(王位)에 오르게 해주면 자신(自身)만을 총애(寵愛)할 수 있는지를 확인(確認) 받고서 그를 옹립(擁立)하는 영악(獰惡)함을 보인다.
그러나 인간(人間)이란 ‘화장실 들어 갈 때 마음과 나올 때의 마음은 다르다’고 했던가. 진지대왕(眞智大王)왕위(王位)에 오르자마자 미실(美室)을 멀리하고 다른 여인(女人)에게 눈을 돌리고 있었다.
이에 화가 난 미실(美室)진흥대제(眞興大帝)()사도태후(思道太后)와 먼저 상의(詳議)하고, 8세 풍월주(風月主)를 지낸 문노(文弩)의 무리(護國仙가 불복(不服)할까 두려워 사도태후(思道太后)명령(命令)이라 하여 두 개의 무리-설원랑(薛原郞)운상인(雲上人)문노(文弩)호국선(護國仙)-를 하나로 만들고는 마침내 화랑(花郞)의 무리를 이용(利用)하여 진지대왕(眞智大王)폐위(廢位) 시킨 것이었다.
그러고는 세상(世上)에다 진지대왕(眞智大王)황음(荒淫)을 일삼고, 정사(政事)소홀(疏忽)히 하여 물러났다고 발표(發表)를 하였던 것이다.
진지대왕(眞智大王)폐위(廢位) () 3년간 유궁(幽宮)에 살다가 죽었다라고『화랑세기(花郞世紀)』는 매우 상세(詳細)하게 진지대왕(眞智大王)폐위(廢位)관련(關聯)사건(事件)기록(記錄)하고 있다.


남산에서 바라 본 경주 시가지 전경[국제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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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사기(三國史記)』에는 동륜태자(銅輪太子)가 죽었다.
진지대왕이 즉위(卽位)하여 동왕(同王) 4년 7월 17일에 ()이 돌아갔다고 간략(簡略)하게 기록되어(眞智大王) 있다.
또한『삼국유사(三國遺事)』에는 진지대왕(眞智大王)이 죽은 지 2년 () 혼령(魂靈)으로 도화랑(桃花嫏)상통(相通)을 하여 비형랑(鼻荊郞)을 낳았다고 적어 놓고 있다.
기록(記錄) 모두 말 못할 사연(事緣)을 간직한 것은 아닐까? www.pjnonsul.com
   고려(高麗) 유학(儒學)대학자(大學者) 김부식(金富軾 : 1075~1151)과 유불(濡佛)을 넘나들었던 일연(一然 : 1206~1289)스님이 왜 진실(眞實)을 밝혀 적지 못하였을까? 혹 동륜태자(銅輪太子)의 죽음에는 아버지 진흥대제(眞興大帝)후비(后妃) 보명궁주(宝明宮主)와의 간통(姦通)개입(介入)되어 있어서 김부식(金富軾)액면(額面) 그대로 적기는 매우 곤란하였을 것이다.
또한 진지대왕(眞智大王)폐위(廢位) 사실도 미실(美室)과의 섹스에 얽힌 치정(癡情)폐위(廢位)직접적(直接的) 원인(原因)이었다는 것을 알고서도 바로 적지는 힘들었을 것이다.
일연(一然)스님도 역시 진지대왕(眞智大王)도화랑(桃花嫏)사통(私通)()이 죽은 () 혼령(魂靈)으로 관계(關契)를 한 것으로 각색(脚色)하여, 당대(當代)사회규범(社會規範)에 맞추려고 했던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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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태어난 비형랑(鼻荊郞)은 밤이면 월성(月城)을 뛰어넘어 황천(荒川)-지금의 남천(南川)하류- 천변(川邊)에 가서 뭇 귀신(鬼神)들과 놀았다고 한다.
진평대제(眞平大帝)가 날랜 군사(軍士) 50명을 시켜 지켰으나 매번(每番) 놓치고 말았다.
군사(軍士)들이 숲속에서 엿보니, 귀신(鬼神)들은 절에서 새벽 종소리가 들리면 저마다 흩어지고 비형랑(鼻荊郞)도 돌아왔다고 한다.
군사(軍士)들의 보고(報告)진평대제(眞平大帝)비형랑(鼻荊郞)에게 신원사(神元寺) 북쪽 개천(開川)에 다리를 놓으라고 명령(命令)한다.
이에 비형(鼻荊)귀신(鬼神) 무리들을 부려 돌을 다듬어 하룻밤에 큰 다리 놓기를 마치니, 사람들이 다리이름을 귀신의 다리(鬼橋)라 불렀다고 한다.
지금도 오릉(五陵) 앞에서 남천(南川)까지의 들판을 귀들(鬼野)이라고 한다. www.pjnonsul.com
   탑정동 수원지(水源池) 울타리 안에 있는 신원사(神元寺 터에는 잡풀만 우거져 그날을 짐작키 어려우리만치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되어, 귀신(鬼神) 다리가 어디쯤인지 추측(推測)불가능(不可能)하다.
그러나 비운(悲運)의 왕 진지대왕(眞智大王)사자(私子)로 태어나 이복형(異腹兄)인 13세 풍월주(風月主)를 지낸 용춘(龍春)과 함께 힘써 낭도(郎徒)를 모았고, 신라(新羅)삼한통합(三韓統合)을 이루는 주춧돌에 비형랑(鼻荊郞)공적(功績)이 놓여 있음을 누구도 부인(否認)하지 못하는데서 그나마 비형랑(鼻荊郞)흔적(痕迹)을 찾을 수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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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같이 잡귀(雜鬼)가 설치는 세파(世波)에는 한번쯤 <비형랑주사(鼻荊郞呪詞)>를 활용(活用)하는 것도 좋은 일인 듯싶다.
지금 남천(南川)엔 서늘한 바람만이 그날을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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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한자
1.道路  2.廣場  3.周圍  4.風光  5.行列  6.護衛  7.壯觀  8.奇異  9.鬼神  10.九折羊腸  11.新羅  12.大門  13.惡鬼  14.鄕歌  15.處容  16.門神  17.過程  18.學者  19.呪術  20.意味  21.訛傳  22.發見  23.花郞  24.硏究  25.疫神  26.吟味  27.示唆  28.附與  29.魂靈  30.荒淫  31.君主  32.記錄  33.親父  34.一國  35.體面  36.接近  37.相關  38.男便  39.可能  40.想起  41.承諾  42.孕胎  43.綿密  44.后妃  45.私通  46.事件  47.發生  48.登極  49.王室  50.緻密  51.計算  52.秘密  53.自身  54.寵愛  55.確認  56.人間  57.命令  58.世上  59.政事  60.疏忽  61.發表  62.詳細  63.關聯  64.卽位  65.簡略  66.相通  67.高麗  68.儒學  69.眞實  70.姦通  71.介入  72.額面  73.癡情  74.原因  75.脚色  76.當代  77.川邊  78.報告  79.桑田碧海  80.推測  81.功績  82.否認  83.痕迹  84.雜鬼  85.世波  86.活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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