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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황사(芬黃寺) 여종 광덕처의 ‘원왕생가(願往生歌)’


천년유물(千年遺物)을 품은 박물관(博物館)을 나와서 곧장 분황사(芬皇寺)()한다.
논 옆 좁은 길바닥에 발길이 부딪힐 때마다 어린 방아깨비 같은 것이 폴짝 발등을 넘어 저만치 달아난다.
조금씩 묻어오는 넓은 들판엔 가을소리가 벌써 하모니를 리허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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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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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년과 다른 더위에 한동안 마음은 축 늘어져 괜한 트집 잡기에 열중(熱中)하였는데, 계절(季節)은 어김없이 귀뚜라미를 한가득 풀어놓는다.
주인(主人) 없는 차단기(遮斷機)에서 날카로운 빨간 종이 울리니, 천년고도(千年古都) 서라벌(徐羅伐)의 애처롭게 아름다운 경관(景觀)경기(驚氣)하듯 놀라는 순간(瞬間), 굉음(轟音)왜색(倭色) 기차(汽車)대동맥(大動脈)을 자르듯이 시커멓게 달려온다.
이젠 그 아픔을 치유(治癒)하여야할 아니 다시 이어 붙여야할 필요성(必要性)이 한발 한발 가까이서 다가오는 것 같다.


안압지에서 분황사로 가는 길에 있는 철도 건널목 차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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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른편 황룡사(黃龍寺) 넓은 밭엔 또 다시 외세(外勢)주황색(朱黃色) 물결이 집어삼킬 듯 성낸 기세(氣勢)로, 어렵게 외로이 한 두 송이를 피운 무궁화(無窮花) 꽃을 향해 시위(示威)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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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삼한통합(三韓統合)주역(主役) () 군주(君主) 문무대제(文武大帝)가 이 길을 걸어 황룡사(黃龍寺), 분황사(芬皇寺)에서 열리는 통일전쟁(統一戰爭)고혼(孤魂)을 위한 법회(法會)참석(參席)하며, 온갖 상념(想念)에 사로잡혔던 호국사찰(護國寺刹) 주변(周邊)이 이젠 만신창이를 넘어 부끄러움마저 느끼게 하니, 항상(恒常) 그렇듯 보이지 않는 육중(肉重)한 힘을 향해 고함(高喊)이라도 내지르고 싶다.


분황사 담장이 향가 ‘원왕생가’를 잊지 않는 듯 고졸하게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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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해중(海中)에 묻혀 바다건너에서 예나 지금이나 작은 머리를 자갈 굴러가듯 굴리는 민족(民族)의 외침을 막겠노라고 우렁차게 맹서(盟誓)를 하고 서방정토(西方淨土)로 떠난 신라(新羅) 30대 문무대제(文武大帝 : 661~681) 시절(時節)이었다.
불가(佛家)에서 ()를 닦던 광덕(廣德)엄장(嚴莊)은 좋은 벗으로 항상(恒常) 약속(約束)하였다.
“누구든지 먼저 극락세계(極樂世界)로 가는 사람이 꼭 알리기로 하자”라고. www.pjnonsul.com
   광덕(廣德)은 이때 분황사(芬皇寺) 서쪽에 살면서-혹은 황룡사(黃龍寺)서거방(西去方)에 있었다고 한다- 짚신 삼는 것을 ()으로 삼고, 아리따운 마누라를 데리고 오순도순 살고 있었다.
둘은 항상 부처님께 진심(眞心)으로 공양(供養)을 하면서, 밤이 되면 한방에서 밤이 이슥하도록 불을 끄지 않았다.
엄장(嚴莊)남악(南嶽)에 조그만 암자를 짓고 농사(農事)에 힘쓰면서 혼자 지내고 있었다.


분황사 경내에 오늘의 화랑들이 호기심 공부로 법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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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석양(夕陽)이 붉게 물들고 소나무 그늘에 어둠이 내릴 때, 엄장(嚴莊)초막(草幕)암자 ()밖에서 “나는 벌써 서방(西方)으로 가니 그대는 잘 있다가 속히 나를 따라오라.”고 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엄장(嚴莊)()을 열고 나가 둘러보니, 구름 밖에서 하늘의 풍악(風樂) 소리가 나고 빛이 땅까지 뻗쳐 있었다.
다음날 광덕(廣德)이 머물렀던 분황사(芬皇寺) 서편(西偏)을 찾아가 보니 그는 이미 이 세상(世上) 사람이 아니었다.
이에 엄장(嚴莊)광덕(廣德)()와 함께 그를 고이 장사(葬事) 지내 주었다.
장사(葬事)를 다 마치고 엄장(嚴莊)은근(慇懃)욕심(慾心)발동(發動)하여 광덕(廣德)의 아내를 쳐다보며 말하기를 www.pjnonsul.com
   “남편(男便)은 이미 죽었으니 이제 나와 같이 부부(夫婦)()을 나누며 함께 사는 것이 어떻겠소?” 하자, 광덕(廣德)의 아내는 볼을 붉게 붉히며 웃으면서 지체(遲滯) 없이 “좋소.” 하고 대답(對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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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밤 엄장(嚴莊)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하고, 어험! 어험! 기침소리로 건장(健壯)한 사내임을 과시(誇示)하기도 하며 슬그머니 광덕(廣德)() 옆에 누웠다.
이 얼마만인가. 농사일과 부처님 치성(致誠)몰입(沒入)되었던 그동안은 조금의 여유(餘裕)도 없이 광덕(廣德)과의 약속(約束)만을 생각하며 지내었는데, 광덕(廣德)이 죽자 그만 신심(信心)을 잃어버리고, 한사람의 자연(自然) 사내로 돌아와 울뚝불뚝 하면서, 속세(俗世) 운우(雲雨)()만 떠올리며 입가엔 벌써 침이 닷 되나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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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의 적막(寂寞)여삼추(如三秋)나 흐른 듯하자, 엄장(嚴莊)용기(勇氣)를 내어 광덕(廣德)()에게 수작(手作)을 걸었다.
엄장(嚴莊)의 손이 광덕(廣德)()의 옥빛 살갗에 닿자, 광덕(廣德)()황급(遑急)히 손을 뿌리치며 정색(正色)을 하며 하는 말이 www.pjnonsul.com
   “스님께서 정토(淨土)를 구하는 것은 마치 고기를 잡으러 나무에 오르는 격입니다.” 라고 비웃으며 말하였다.
이에 엄장(嚴莊)은 매우 놀라면서 괴이쩍어 “광덕(廣德)과 미리 그렇게 지냈는데 나와 또 못 살 것이 무엇이오?”라며 의아하게 묻자. 광덕(廣德)()가 말하기를 “남편(男便)은 나와 동거(同居)한 지 10여 년이었지만 일찍이 한자리에 눕지도 않았는데 하물며 몸을 더럽혔겠소? 매일(每日) 밤 몸을 단정(端正)히 하고 반듯이 앉아서 한마음으로 아미타불(阿彌陀佛)만 외우면서 어떤 때에는 십육관(十六觀)-불교(佛敎)참선(參禪)에서 묵상(黙想)을 하는 방법(方法)으로 하는 16가지 관법-을 실천(實踐)하는데 ()절정(絶頂)에 이르면 밝은 달빛이 () 안으로 들어와 때로는 그 빛을 타고 올라 그 위에 가부좌(跏趺坐)를 하고 앉는답니다.
이토록 정성(精誠)을 들이는데 비록 극락(極樂)을 가려고 아니한들 어디로 가겠소? 무릇 천 리 길을 가는 자도 한 걸음에서 알아볼 수 있는 것이오.”라고 하였다. www.pjnonsul.com
   엄장(嚴莊)은 몹시 부끄럽고 무안(無顔)하여 도망치듯 물러나와 곧 바로 분황사 원효법사(元曉法師)처소(處所)로 달려가 () 닦는 길을 물었다.
원효는 정관법(淨觀法)을 지어서 엄장(嚴莊)에게 권유(勸諭)하였다.
엄장(嚴莊)이 이에 몸을 깨끗이 하고 뉘우쳐 한마음으로 관을 닦아서 역시 극락세계(極樂世界)로 올라갔다고『삼국유사(三國遺事)감통(感通), 「광덕 ․ 엄장조(嚴莊條)」에 ()하고 있다.
또한 광덕의 처는 바로 분황사(芬皇寺)의 계집종이니 부처님의 열아홉 응신(應身)-열아홉 응신(應身)은 19가지 설법(說法)에 의한 관음(觀音)화신(化身)-의 한 분이시다.라고 부처님의 자비(慈悲)를 말하고 있다.


원효법사가 주석하였다는 분황사 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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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찍이 광덕(廣德)은 다음과 같은 노래(鄕歌) <원왕생가(願往生歌)>를 불렀다고 한다.
현대어(現代語)로 풀어보면, www.pjnonsul.com
  
달님이시여, 이제 서방까지 가셔서   月下伊底亦 西方念丁去賜里遣
무량수불 앞에 말씀을 가져다 전해주소서. 無量壽佛前乃 惱叱古音多可攴白遣賜立
다짐 깊어신 부처님을 우러러  誓音深史隱尊衣希仰攴
두 손을 모아 올려   兩手集刀花乎白良
‘원왕생 원왕생’   願往生願往生
염원하는 사람이 있다고 전해주소서.   慕人有如白遣賜立
아아, 이 몸을 남겨 두고   阿邪 此身遣也置遣
사십팔대원을 이루실까.   四十八大願成遣賜去
※四十八大願(아미타불이 법장비구였을 때 세운 48가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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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황사(芬皇寺)신라(新羅) 27대 선덕여왕(善德女王) 3년에 낙성(落成)되어, 솔거(率居)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관음보살(觀音菩薩)’이 있던 서라벌(徐羅伐) 대가람(大伽藍)이었다고 역사(歷史)는 말하고 있다.『삼국사기(三國史記)』에 두 번,『삼국유사(三國遺事)』에 무려 열 번이나 분황사(芬皇寺) 관련 이야기를 기록(記錄)한 것으로 보면, 당시 불국토(佛國土) 서라벌인(徐羅伐人)들에겐 마음의 본향(本鄕)이었을 것이리라.


분황사가 가을을 품고 겨울채비에 두런두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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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도 분황사(芬皇寺)는 고요한 구름에 묻히어, 그날의 속내를 아직은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서라벌(徐羅伐) 들녘이 완전(完全)한 제 모습으로 돌아와, 이제는 쉴 수 있다는 확신(確信)이 메아리 칠 때, 어쩌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 앞에 해맑은 미소(微笑)로 나타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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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한자
1.熱中  2.季節  3.主人  4.景觀  5.驚氣  6.外勢  7.氣勢  8.示威  9.主役  10.君主  11.參席  12.想念  13.周邊  14.恒常  15.肉重  16.高喊  17.盟誓  18.西方淨土  19.新羅  20.佛家  21.約束  22.眞心  23.供養  24.農事  25.夕陽  26.草幕  27.西方  28.世上  29.慇懃  30.慾心  31.發動  32.男便  33.夫婦  34.遲滯  35.對答  36.誇示  37.致誠  38.餘裕  39.信心  40.自然  41.雲雨  42.寂寞  43.勇氣  44.同居  45.端正  46.阿彌陀佛  47.佛敎  48.參禪  49.方法  50.實踐  51.絶頂  52.精誠  53.極樂  54.無顔  55.處所  56.勸諭  57.說法  58.觀音  59.化身  60.慈悲  61.鄕歌  62.觀音菩薩  63.記錄  64.完全  65.確信  66.微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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