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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국선 부례랑과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


분황사(芬皇寺)를 돌아 보문(普門)사거리에서 우회전(右回傳)하면 아담(雅澹)하게 낮은 산이 소금강산(小金剛山)이다.
신라(新羅) 4대 석탈해(昔脫解 : 57~80(왕릉)이 그 흔한 석물(石物) 하나 없이 고졸(古拙)하게 자리하고 있고, 바로 옆 표암봉(瓢岩峰)경주이씨(慶州李氏) 시조(始祖)인 이 알평공(謁平公)기원전(紀元前) 117년, 하늘로부터 하강(下降)한 우렁찬 기운(氣運)이 오늘도 동악(東嶽)을 감싸 안고 있다.
추적추적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알평공(謁平公)탄신(誕辰)한 그날로 탐방자(探訪者)를 이끌고, 적송(赤松)가지에 까치 한 마리가 함초롬히 비에 젖어 눈알만 껌뻑이고 있다.


서라벌 동악에 조성된 신라 4대 석탈해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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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서 산업도로(産業道路)를 따라 가을을 여는 향연(饗宴)에 잠기어 걷다보면, 백률사(栢栗寺) 이정표(里程標)귀족(貴族) 색깔의 대명사(代名詞) 자주색(紫朱色)으로 걸리어 있다.
그 옛날 유럽에서는 자주색(紫朱色) 옷의 수요(需要)가 많아져, 자주색(紫朱色) 물감을 만드는데 쓰인 달팽이가 멸종위기(滅種危機)에 처하기도 했다고 한다. www.pjnonsul.com
   주차장(駐車場)을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면 굴불사지(掘佛寺址) 사면석불(四面石佛)감탄(感歎)을 자아내며, 빗속에서 근엄(謹嚴)미소(微笑)사바세계(娑婆世界)를 말하고 있다.
신라(新羅) 35대 경덕왕(景德王 : 742~765)이 백률사(栢栗寺)행차(行次)했을 때 땅속에서 염불(念佛)소리가 들려 시종(侍從)에게 파게 하니, 큰 돌에 사면불(四面佛)이 새겨져 있어 절을 짓고 굴불사(掘佛寺)라 하였다고『삼국유사(三國遺事)』는 ()한다.
바로 옆 타다만 향내가 빗물에 묻혀 코끝을 간질이니, 머리는 맑아오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염불(念佛)소리가 아직도 이곳을 맴도는 것 같다.


굴불사지 사면석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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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계단으로 가지 않고 비스듬히 ()이어 서있는 대나무 사이 길로 들어서니, 빗소린지 대나무 소리인지, 부례랑(夫禮郞)설화(說話)만파식적(萬波息笛) 선율(旋律)에 감겨서 조곤조곤 이야기꽃을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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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신라(新羅) 32대 효소왕(孝昭王 : 692~702) 즉위년(692년) 9월 7일 부례랑(夫禮郞)국선(國仙)으로 삼았다.
아버지 신문왕(神文王 : 681~692) 원년(元年)김흠돌(金欽突)()으로 풍월주(風月主)폐지(廢止)한 후 오래된 유습(遺習)을 갑자기 바꾸면 되지 않는다는 대간(臺諫)들의 간언(諫言)으로 지소태후(只召太后)화랑(花郞)이란 이름대신 국선(國仙)으로 ()하였다고『화랑세기(花郞世紀』에 기록(記錄)되어 있다.
그러나 이때 화랑(花郞)들의 풍습(風習)은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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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선(國仙)으로 임명(任命)부례랑(夫禮郞)문객(門客)이 천여 ()이나 되었고, 그 중에 화랑(花郞) 사선(四仙)-영랑(永郞), 남석행(南石行), 술랑(述郞)-으로 유명(有名)안상(安祥)을 무척 사랑하였다고 한다.
효소왕(孝昭王) 즉위(卽位) 이듬해인 693년 3월에 부례랑(夫禮郞)국선(國仙)무리를 이끌고 강원도(江原道) 금란(金蘭)-지금의 강원도(江原道) 통천-으로 유람(遊覽)을 나가 북명(北溟)-원산만 부근-의 지경(地境)에 이르렀다가 그만 말갈적(靺鞨賊)에게 붙잡히게 되었다.
이에 부례랑(夫禮郞)문객(門客)들은 당황(唐惶)하여 되돌아왔으나 안상(安祥)만은 그를 뒤쫓아 갔다.
효소왕(孝昭王)이 이 소식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말하기를, “선왕(先王)께서 만파식적(萬波息笛)을 얻어 나에게 전하여 지금 현금(玄琴)과 함께 천존고(天尊庫)에 고이 모셔 놓았는데, 무슨 일로 국선(國仙)이 갑자기 말갈적(靺鞨賊)에게 붙잡혀 갔는지 모르겠으나 이를 어쩌면 좋을꼬?” 하였다.
이때에 상서(祥瑞)로운 구름이 천존고(天尊庫)를 덮었다.
왕이 다시 떨리고 겁이 나서 사람을 시켜 알아보니 고방(庫房) 속에 있던 현금(玄琴)만파식적(萬波息笛) 두 가지 보물(寶物)이 모두 없어져 보이지 않았다.
이에 효소왕(孝昭王)은 “내가 얼마나 ()이 없고 불행(不幸)하기에 어제는 국선(國仙)을 잃었는데 또다시 현금(玄琴)만파식적(萬波息笛)을 잃었을꼬?” 하면서 고방(庫房) 맡은 관리(官吏) 김정고(金貞高) 등 다섯 사람을 ()에 가두었다.


백률사 삼성각으로 올라가는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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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해 4월, ()국내(國內)현상모집(懸賞募集)하여 “현금(玄琴)만파식적(萬波息笛)을 찾는 사람에게는 한 해의 납세(納稅)상금(賞金)으로 주겠노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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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5일에 부례랑(夫禮郞)양친(兩親)백률사(栢栗寺) 관세음상(觀世音像) 앞에 가서 여러 날 저녁, 정성(精誠)어린 기도(祈禱)를 드렸더니 갑자기 ()을 피우는 탁자(卓子) 위에서 현금(玄琴)만파식적(萬波息笛)보물(寶物)이 나타났고, 부례랑(夫禮郞)안상(安祥)국선(國仙)관세음상(觀世音像) 뒤에 와 있었다.
부례랑(夫禮郞)양친(兩親)이 넘어질 듯이 기뻐하며 돌아오게 된 사연(事緣)을 물었더니 ()이 말하기를, www.pjnonsul.com
   “제가 말갈적(靺鞨賊)에게 붙잡혀 간 뒤부터 대도구라(大都仇羅) 집의 짐승 치는 말 먹이꾼이 되어 대오라니 들에서 방목(放牧)을 하는데, 돌연히 용모(容貌)거동(擧動)단정(端正)한 스님 한 분이 나타나 손에 현금(玄琴)만파식적(萬波息笛)을 들고 와서 위로(慰勞)하며 ‘고향(故鄕) 생각이 나는 가?’ 하기에 저도 모르게 절로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임금님과 부모님을 그리워함을 어찌 다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였더니 그 스님이 ‘그렇다면 나를 따라오라’ 하면서 저를 데리고 해안(海岸)으로 가는데, 그곳에서 안상(安祥)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스님께서는 만파식적(萬波息笛)을 둘로 나누어 우리 두 사람에게 한 쪽씩 타게 하고 스님은 현금(玄琴)을 탔는데, 둥실 떠가더니 잠깐 사이에 이곳까지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세한 사정(事情)을 급히 효소왕(孝昭王)께 아뢰었더니, ()이 깜짝 놀라 사람을 시켜 부례랑(夫禮郞)영접(迎接)하였다.
()현금(玄琴)만파식적(萬波息笛)을 가지고 대궐(大闕)로 들어갔다.
()은 너무나 감격(感激)하여 50냥씩 되는 (), ()그릇 다섯 개씩 두 벌과 누비 가사(袈裟) 다섯 벌, 비단 3,000필과 밭 1만경을 백률사(栢栗寺)시주(施主)하여 관세음상(觀世音像)자비(慈悲)로운 은혜(恩惠)보답(報答)코자 하였다고 한다.


백률사로 가는 대나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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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효소왕(孝昭王)국내(國內)대사면(大赦免)을 내리고, 백성(百姓)들의 납세(納稅)를 3년간 면제(免除)해 주었다.
부례랑(夫禮郞)()하여 대각간(大角干)으로 삼고, 그의 아비 대현(大玄) 아찬(阿湌)에게 태대각간(太大角干) 벼슬을 주고, 어미 용보부인(龍寶夫人)사량부(沙梁部)경정궁주(鏡井宮主)로 삼았다.
또한 화랑(花郞) 사선(四仙) 안상(安祥)안상법사(安祥法師)()하여 대통(大統)으로 삼았다고『삼국유사(三國遺事)』에 부례랑(夫禮郞)만파식적(萬波息笛)이적(異蹟)상세(詳細)기록(記錄)하여 ()한다.
그 후 6월 12일에 혜성(彗星)이 동쪽에 나타나고, 17일에는 서쪽에 나타나자 천문(天文)을 맡은 관리(官吏)()께 아뢰기를, “이것은 현금(玄琴)만파식적(萬波息笛)상서(祥瑞)로움에 대하여 작위(爵位)()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하니 효소왕(孝昭王)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으로 높혀 불렀더니 혜성(彗星)이 그만 사라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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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왕(神文王)태자(太子)왕위(王位)에 오른 효소왕(孝昭王)삼국통일(三國統一)선봉(先鋒)이었던 호국무사(護國武士) 화랑(花郞)무리의 위력(威力)실감(實感)하여, 이와 같은 신이(神異)이적(異蹟)을 만들어 왕권(王權)강화(强化)하는 수단(手段)으로 삼았던 것은 아닐까? 아버지가 왕위(王位)에 오르자 바로 반란(反亂)을 일으킨 풍월주(風月主) 세력(勢力)들이 아직은 그들을 따르는 무리의 ()왕권(王權)을 넘보는 수준(水準)에 있었고, 이것을 타개(打開)할 수 있는 묘안(妙案)효소왕(孝昭王)에게는 절실(切實)필요(必要)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부왕(父王)만파식적(萬波息笛) 이적(異蹟)활용(活用)하여 신이성(神異性)부활(復活)하고, 국선(國仙) 부례랑(夫禮郞)말갈적(靺鞨賊)에게 잡혀갔다고 설정(設定)하여 호국무사(護國武士)기상(氣像)훼손(毁損)시켜 화랑무리들에게 현실(現實)직시(直視)하게 하고, 안상(安祥)만이 부례랑(夫禮郞)의 뒤를 쫓아갔다고 강조(强調)하여 화랑(花郞)들의 최소한(最小限)자존심(自尊心)을 지켜주었다고 여겨진다.
여기서 우리는 힘을 한곳으로 집결(集結)할 수는 있어도 목표(目標)달성(達成)하고 나면 합쳐진 힘을 분산(分散)시키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극명(克明)하게 보여주는 사례(事例)라고 할 수 있다.
일본(日本)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全國)통일(統一)하고 난 () 무사(武士)들의 힘을 분산(分散)시키기 위해서 임진왜란(壬辰倭亂)을 일으켰다고 보는 견해(見解)일견(一見) 수긍(首肯)이 가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광덕처의 올곧은 아름다움을 닮은 중생사 관음불(지금은 국립경주박물관 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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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라벌(徐羅伐) 불국토(佛國土)서막(序幕)을 열었던 이차돈(異次頓)-朴厭燭- 성사(聖師)의 머리가 이곳 백률사(栢栗寺)에 떨어졌다고 한다.
물론 신라(新羅) 진골(眞骨) 일원(一員)이었던 이차돈(異次頓)과 법흥왕(法興王 : 514~540)이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는 하지만, 당시 서라벌인(徐羅伐人)들에겐 하나의 경이(驚異)로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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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좁은 터에 법당(法堂)을 짓고 나니, 석탑(石塔)을 세울 공간(空間)이 없자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바로 앞 바위에 삼층석탑(三層石塔)을 세긴 신라인(新羅人)혜안(慧眼)은 언제 보아도 하나의 탄성(歎聲)으로 다가온다.
고려시대(高麗時代) 최고(最高)시인(詩人) <송인(送人)>의 정지상(鄭知常 : ?~1135)과 조선(朝鮮) () 남산(南山)-金鰲山- 용장사(茸長寺)에서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창작(創作)한 매월당<(梅月堂 동봉(東峰) 청한자(淸寒子) 벽산청은(碧山淸隱) 췌세옹(贅世翁). 법호 설잠(雪岑). 시호 청간(淸簡)> 김시습<(金時習 : 1435~1493) 生六臣의 한사람>- 생육신 : 원호(元昊) 이맹전(李孟專) 조려(趙旅) 성담수(成聘壽) 남효온(南孝溫)-이 이곳 백률사(栢栗寺)를 찾아 시편(詩篇)을 남긴 것을 보면, 풍광(風光)이 오래된 역사(歷史)와 함께 서라벌(徐羅伐) 백미(白眉)였음을 짐작(斟酌)하게 해 준다.


국립경주박물관 뜰에 있는 남산에서 옮겨온 불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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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한 줄기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백률사(栢栗寺)아니 자추사(刺楸寺)의 좁은 마당엔 부례랑(夫禮郞)안상(安祥)과 함께 꿇어 앉아 이차돈(異次頓)의 맑은 혼백(魂魄)을 만나고 있다. www.pj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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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한자
1.新羅  2.石物  3.始祖  4.下降  5.氣運  6.貴族  7.需要  8.感歎  9.謹嚴  10.微笑  11.侍從  12.說話  13.元年  14.廢止  15.遺習  16.諫言  17.花郞  18.記錄  19.風習  20.任命  21.卽位  22.遊覽  23.北溟  24.地境  25.玄琴  26.祥瑞  27.寶物  28.納稅  29.精誠  30.祈禱  31.卓子  32.放牧  33.容貌  34.擧動  35.端正  36.慰勞  37.故鄕  38.事情  39.迎接  40.大闕  41.感激  42.施主  43.慈悲  44.恩惠  45.報答  46.百姓  47.免除  48.異蹟  49.詳細  50.彗星  51.爵位  52.太子  53.先鋒  54.威力  55.實感  56.神異  57.王權  58.手段  59.反亂  60.勢力  61.打開  62.妙案  63.切實  64.必要  65.父王  66.活用  67.設定  68.毁損  69.現實  70.直視  71.集結  72.目標  73.達成  74.分散  75.克明  76.事例  77.全國  78.壬辰倭亂  79.見解  80.一見  81.首肯  82.序幕  83.眞骨  84.驚異  85.石塔  86.空間  87.窮餘之策  88.歎聲  89.詩人  90.創作  91.風光  92.白眉  93.斟酌  94.魂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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