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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오(得烏)의 사모곡(思慕曲)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


벌써 여름이 한껏 기승(氣勝)을 부리며 시멘트 길을 달구어 낯면으로 훅훅 더운 바람이 길을 막는다.
자주 타는 시내버스지만 오늘은 왠지 모두 졸고 있는 것 같다.
건천읍 신평2리 마을 앞에 서니 머얼리 여근곡(女根谷)이 눈앞에 뚜렷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 날의 백제군(百濟軍)선덕여왕(善德女王)의 뛰어난 예지력(叡智力)으로 몰살(沒殺)을 당하였고, 고향(故鄕)으로 가지 못한 고혼(孤魂)들은 이곳 오봉산 자락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귀향(歸鄕)길을 아직도 찾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서라벌(徐羅伐) 왕성(王城)에서 보면 여근곡(女根谷)분명(分明) 서북쪽의 군사요충지(軍事要衝地)였을 것이다.
뒤에 문무왕(文武王)대에 산성(山城)을 쌓으니 바로 부산성(富山城)이다.


부산성 앞의 포도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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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葡萄)밭엔 탐스럽게 주렁주렁 옹종거리며, 포도(葡萄)특유(特有)연초록(軟草綠)의 탱탱함을 유지(維持)하면서 무겁게 매달려 있다.
화랑(花郞)들의 맹약(盟約)포도(葡萄) 알처럼 견고(堅固)하였으리라. www.pjnonsul.com
   때는 신라(新羅) 32대 효소왕(孝昭王 : 672~702(시절), 풍류황권(風流黃卷)-화랑(花郞)들의 출근부(出勤簿)판단(判斷)됨-에 열흘간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는 득오급간(得烏級干)를 찾아 죽지랑(竹旨郞)은 이곳 부산성(富山城)으로 한달음에 말을 달려 왔다.
그러나 익선아간(益善阿干)죽지랑(竹旨郞)예의(禮儀)를 갖춘 부탁(付託)에도 아랑곳 하지 않다가, 쌀 30석과 말안장(鞍裝)뇌물(賂物)로 받고는 겨우 득오(得烏)를 풀어 주었다.
이 일이 화랑(花郞)의 우두머리 국선화주(國仙花主)에게 알려지자, 대노(大怒)화주(花主)는 도망간 익선(益善) 대신(代身) 그의 큰 아들을 붙잡아, 동짓달 차가운 물속에 집어넣어 얼어 죽게 하고, 모량부(牟梁部) 사람으로 벼슬하는 사람은 모두 ()에서 내쫓고, 다시는 관직(官職)등용(登用)하지 못하게 하였다.
또한 불문(佛門)에도 들이지 못하게 하고, 이미 중이 된 자는 큰 절에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였다고『삼국유사(三國遺事)』는 ()한다. www.pjnonsul.com
   어찌 보면 냉혹(冷酷)하다고 할 수 있는 연좌제(連坐制)신라시대(新羅時代)부터 존재(存在)하였다는데서 20세기(世紀) 분단(分斷)의 아픔이 낳은 이데올로기 연좌제(連坐制)연원(淵源)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익선(益善)부정(不淨)뇌물(賂物)로써 숭고(崇高)화랑정신(花郞精神)을 더럽혔다고 연좌제(連坐制)의 사슬에 묶이었지만, 20세기(世紀) 연좌제(連坐制)인간(人間)영혼(靈魂)까지도 연좌제(連坐制)대상(對象)으로 삼았다고 하니, 훨씬 더 가혹(苛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부산성이 있는 오봉산 전경[국제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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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득오(得烏)를 구한 죽지랑(竹旨郞)삼국통일기(三國統一期) 역사기록(歷史記錄)빈번(頻繁)등장(登場)하는 김유신(金庾信) 버금가는 맹장(猛將)이었다.
그의 가계(家系)를 보면, 신라(新羅) 28대 진덕여왕(眞德女王)대에 나라의 큰일을 의논(議論)하려 남산(南山) 우지암(于知巖)에 모였던 대신(大臣) ()유신공(庾信公), 염장공(廉長公)과 더불어 술종공(述宗公)이 있다.
술종공(述宗公)이 곧 죽지랑(竹旨郞)친부(親父)이다. www.pjnonsul.com
   일찍이 술종공(述宗公)삭주도독사(朔州都督使)가 되어 죽지령(竹旨嶺)에 이르자, 한 처사(處士)가 길을 닦고 있었다.
술종공(述宗公)은 매우 기이(奇異)하게 여겼다.
술종공(述宗公)임지(臨地)에서 도착(到着)한지 달포가 지났을 무렵, 꿈을 꾸니 그 처사(處士)가 방에 들어 왔다.
그리고 술종공(述宗公)부인(夫人) 또한 같은 꿈을 꾸었다고 한다.
너무나 이상(異狀)하고 기이(奇異)한 생각이 들어 술종공(述宗公) 부부(夫婦)처사(處士)안부(安否)를 알아보게 하였더니, 바로 그 꿈을 꾼 날 처사(處士)가 죽었다고 한다.
이에 술종공(述宗公)은 ‘아마도 처사(處士)가 우리 집에 태어나는가 보다’하였다.
마침내 술종공(述宗公)부인(夫人)처사(處士)의 꿈을 꾼 날부터 태기(胎氣)가 있어 사내아이를 낳으니, 고개 이름을 따서 죽지랑(竹旨郞)이라 하였다고 한다.


여근곡 옆의 유화사 대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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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생설화(誕生說話)부터 비범(非凡)함을 느끼게 해주는 죽지랑(竹旨郞)은 자라서 서라벌(徐羅伐) 존망(尊望)대상(對象)화랑(花郞)을 이끄는 지위(地位)에 있으면서, 그에게 속한 화랑국선(花郞國仙) 무리를 끔찍이도 아꼈다고 여겨진다.
임신서기석(壬申誓記石)에도 나타나듯이 서라벌(徐羅伐) 사내들은 한번 맺은 맹약(盟約)은 죽음으로서도 깨지 않으려고 했을 만큼 중요(重要)하게 그들의 생활(生活)지배(支配)하였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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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득오(得烏)풍류황권(風流黃卷)에 이름이 열흘간이나 보이지 않자, 죽지랑(竹旨郞)은 바로 득오(得烏)의 어미에게 달려갔다.
득오(得烏)익선아간(益善阿干)()으로 부산성(富山城) 창고지기로 있다는 것을 안 죽지랑(竹旨郞)은 술과 음식을 싸가지고 득오(得烏)에게 가서 그를 위로(慰勞)하고, 또한 그를 구하여 함께 서라벌(徐羅伐) 화랑(花郞)무리로 돌아왔다고 하니, 득오(得烏)죽지랑(竹旨郞)()사모(思慕)()사부(師父)를 넘어 ()적인 존재(存在)와도 같은 대상(對象)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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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통일(三國統一)완성(完成)하고 난 뒤 죽지랑(竹旨郞)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곳으로 가게 되는데, 이 때 득오(得烏)는 어떤 형태(形態)로든 죽지랑(竹旨郞)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식음(食飮)전폐(全閉)득오(得烏)는 그를 위해 눈물로 ()를 올리면서, 죽지랑(竹旨郞)을 위한 멈출 수 없는 사모(思慕)정한(情恨)향가(鄕歌)에 얹어 불렀다고 볼 수 있다.
<모죽지랑가(慕竹旨郞歌)>에는 죽지랑(竹旨郞)()한 애끓는 ()이 너무나 생경(生鏡)하게 나타나 있어, 추모(追慕)사모곡(思慕曲)으로는 우리 역사상(歷史上)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다고 하겠다.


유화사가 득오의 진심으로 ‘모죽지랑가’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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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봄을 그리워함에   去隱春皆理米
모든 것이 서러워 시름하는구나   毛冬居叱沙哭屋尸以憂音
아름다움 나타내신   阿冬音乃叱好支賜烏隱
얼굴이 주름살을 지으려고 하는구나   皃史年數就音墮支行齊
눈 깜박할 사이에   目煙廻於尸七史伊衣
만나뵈올 기회를 지으려이다.
  逢烏支惡知作乎下是
낭이여, 그리운 마음의 가는 길에,   郞也慕理尸心未行乎尸道尸
다북쑥 우거진 마을에 잘 밤인들 있으리이까.  蓬次叱巷中宿尸夜音有叱下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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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성(富山城) 채소밭엔 그날 익선(益善)의 밭에서 힘들게 일을 하는 득오(得烏)의 모습이 여기저기서 아른거리며 나타나곤 하고, 뜨거운 태양(太陽)은 도망간 익선(益善)을 찾아 강렬(强烈)한 빛을 발하며 대노(大怒)하고 있다. www.pjnonsul.com
   화랑(花郞)분명(花郞) 아직 서라벌(徐羅伐)을 떠난 것이 아니고, 우리네 마음속에 굳건히 자리 잡아 있음을 다시 한 번 절감(切感)하면서, 지금이라도 더 늦기 ()화랑(花郞)들이 남긴 귀중(貴重)유산(遺産)을 가다듬고, 그들의 정신(精神)이 흠뻑 녹아 들어가 있는 천년(千年) 신라(新羅)의 노래 향가(鄕歌)를 열린 가슴으로 공손(恭遜)히 맞이하여야 하겠다.


유화사의 샘물. 물맛이 화랑들의 맹서인양 달고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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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오는 길에 흥얼거리는 탐방자(探訪者)의 콧노래가 향가(鄕歌)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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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 봄을♬ 그리워♪~ www.pj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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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한자
1.故鄕  2.歸鄕  3.王城  4.分明  5.山城  6.特有  7.維持  8.花郞  9.盟約  10.堅固  11.新羅  12.判斷  13.付託  14.代身  15.官職  16.登用  17.佛門  18.存在  19.世紀  20.不淨  21.崇高  22.人間  23.對象  24.頻繁  25.登場  26.猛將  27.家系  28.親父  29.處士  30.奇異  31.到着  32.夫人  33.異狀  34.夫婦  35.安否  36.非凡  37.地位  38.重要  39.生活  40.支配  41.慰勞  42.思慕  43.師父  44.完成  45.形態  46.食飮  47.情恨  48.鄕歌  49.追慕  50.太陽  51.强烈  52.切感  53.貴重  54.遺産  55.精神  56.恭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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