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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의 숨결을 머금은 천전리 서석곡(書石谷)


고도(古都) 서라벌 출발(出發)하여 35번 국도(國道)를 따라 언양(彦陽)이 가까워졌을 즈음-경주기점(慶州基點) 27㎞- 천전리 서석곡(書石谷)을 알리는 반가운 진한 고동색 이정표(里程標)시야(視野)에 들어온다.
예서 좌회전(左回轉)하여 시멘트 길로 조금 울퉁불퉁하면, 갑자기 푸르른 한 무리의 녹음(綠陰)이 그늘진 옥빛 물보라를 일으키며, 탐방자(探訪者)를 태운 신마(新馬)보다 먼저 서석곡(書石谷)에 다다른다.


천전리 서석곡 주변이 말끔이 단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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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갑기 보다는 서늘한 바람이 맑은 물속에서 솟구치며, 활기(活氣)에 찬 화랑(花郞)노래 향가(鄕歌)를 부르는 것을 만나게 된다.
까르르 웃는 봄 소풍 초동(初童)들의 까만 눈동자가 희망(希望)을 노래하고, 들어 선 서석곡(書石谷)엔 꿩! 꿩~ 짝을 찾는 까투리 한 마리 산정(山頂)을 울리고, 이내 푸드덕 하늘 높이 사라진다. www.pjnonsul.com
   천전리 서석곡(書石谷)이 자리한 울산광역시 울주군 두동면은 사로육촌(斯盧六村)의 하나였던 돌산고허촌(突山高墟村)이었다.
유리이사금(儒理尼師今) 9년(32) 봄 고허부(高墟部)사량부(沙梁部)개명(改名)하였고, 이후 고려(高麗) 때 경주(東京大都護府 남산부(南山部), 조선(朝鮮) 태종(太宗)경상좌도(慶尙左道) 경주부(慶州府) 남면(南面)이었으나, 정조원년(正祖元年)(1777)에 남면(南面)외남면(外南面)내남면(內南面)으로 분리(分離)되어, 외남면(外南面)()하게 되었다.
대한제국(大韓帝國) 광무(光武) 10년(1906)에 외남면(外南面)경주(慶州)로부터 갈라져서 경상남도(慶尙南道) 울산군(蔚山郡)편입(編入)되면서, 경주(慶州)와의 행정구역상(行政區域上)이별(離別)은 지금에 이르고 있다.


서석곡 앞의 맑은 물이 넘실거리며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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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석곡(書石谷)울산(蔚山)의 젖줄 태화강(太和江)으로 맑은 물 뿐만 아니라, 화랑(花郞)의 숨결까지도 흘러 보내어 세계제일(世界第一)조선왕국(造船王國)건설(建設)하는 원동력(原動力)제공(提供)하고 있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도 어느새 시원한 바람에 날려가고, 앙증맞은 징검다리를 건너 계곡(溪谷) 사이로 난 오솔길은 화랑(花郞)의 말발굽 소리로 황토(黃土) 안개를 날리고 있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낭도(郞徒)기품(氣稟)을 따라가니 이삼십 명(二三拾 名)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넓은 대청마루 같은 편편(便便)한 바위에 닿았다.
앞은 병풍(屛風)처럼 둘러쳐진 짙은 녹음(綠陰)이 너울거리며, 천길 벼랑아래의 투명(透明)한 옥빛으로 시선(視線)을 모은다.


천전리 서석곡 전체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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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이곳 돌산고허촌(突山高墟村)백성(百姓)들은 다리가 허공(虛空)에 매달린 멧돼지 한 마리에 빙 둘러서서 수렵(狩獵)의 기쁨을 천신(天神)수신(水神) 그리고 지신(地神)()를 올리면서, 한바탕 춤판이 벌어졌다.
골짜기를 쩌렁쩌렁 호령하는 노랫소리가 마을 전체(全體)를 휘감아, 촌민(村民)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瞬間)이었다.
하얀 수염이 허리에까지 다다른 촌주(村主)는 오늘의 기상(氣像)을 바로 옆 바위벽에다 새기게 하였다.
천신(天神)의 고마움은 둥근 나이테 모양으로, 푸근한 지신(地神)님의 모습은 마름모꼴로, 그 밖의 기마인물상(騎馬人物像), 사슴 등 동물(動物)들의 모습과 함께 사냥과 농사(農事)필요(必要)도구(道具)들을 새겼다.
오늘 같은 풍족(豊足)함을 영원(永遠)희구(希求)하며, 그들은 이내 어께 동무로 ()을 그리면서 혹은 뛰어 오르기도 하며 카타르시스(精華)를 느꼈을 것이다.


서석곡 명문의 ‘원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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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맑은 생명수(生命水)가 흐르고 안온(安穩)녹음(綠陰)이 우거진 이곳 천전리 서석곡(書石谷)돌산고허촌민(突山高墟村民)들에겐 수확제의(收穫祭儀)제단(祭壇)이었던 것이다. www.pjnonsul.com
   가만히 서석곡(書石谷) 기하학(幾何學) 문양(紋樣)을 따라 청동기시대(靑銅器時代), 아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오랜 신석기시대(新石器時代)여행(旅行)하며 아래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예리한 도구(道具)로써 새긴 듯, 명문(銘文)을 만나게 된다.
1970년 발견(發見)된 이래 여러 연구자(硏究者)들에 의해 나름대로의 추론(推論)으로 해석(解釋)되곤 하였다.
오른쪽에 있는 명문(銘文)원명(原銘)-을사명기(乙巳銘記)-라 하고, 왼쪽의 것을 추명(追銘)-을미명기(乙未銘記)-라 이름 한다.


서석곡 명문의 ‘추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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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문(銘文) () 중요부분(重要部分)만 옮겨보면 www.pjnonsul.com
  <원명(原銘)> www.pjnonsul.com
  ▸을사년 사훼부의 갈문왕께서 찾아서 놀러오시었다가 처음으로 골짜기를 보시게 되었다.(乙巳 沙喙部葛(…)文王 覓遊來始得見谷) www.pjnonsul.com
  ▸오래된 골짜기인데 이름이 없는 골짜기여서, 좋은 돌을 얻어 만들게 하시고는 ‘서석곡(書石谷)’아라 이름 하시고 글자를 쓰게 하셨다.(之古谷无名谷善石得造□□以下爲名書石谷字作之) www.pjnonsul.com
  ▸함께 놀러온 벗으로 사귀는 누이는(友妹) 곱고 크며 빛처럼 오묘하신 어사추여랑님이시다.(幷遊友妹聖□光妙於史鄒女郞王之) www.pjnonsul.com
  <추명(追銘)> www.pjnonsul.com
  ▸지난 을사년 6월 18일 새벽에 사훼부의 사부지 갈문왕과 누이 어사추여랑님께서 함께 놀러오신 이후 (몇)년이 지나갔다.(過去乙巳年六月十八日昧 沙喙部徙夫知葛文王 妹於史鄒女郞王 共遊來以後□□八□年過去) www.pjnonsul.com
  ▸누이님을 생각하니 누이님은 돌아간 사람이라, 정사년에도 (갈문)왕도 돌아가시니, 그 왕비인 지몰시혜비께서 애달프게 그리워하시다가 기미년 7월 3일에 그(갈문)왕과 누이가 함께 보고 글 써놓았다는 돌을 보러 골짜기에 오셨다.(妹王考 妹王過人 丁巳年 王過去 其王妃只沒尸兮妃愛自思 己未年七月三日 其王與妹共見書石叱見來谷) www.pjnonsul.com
  ▸이때 함께 님 오시니, 무즉지태왕의 비인 부걸지비와 사부지(갈문)왕의 아드님이신 심□부지께서 함께 오셨다.(此時 共王來 无卽知太王妃 夫乞支妃 徙夫知王子郞 深□夫知共來) www.pjnonsul.com
  


서석곡 동심원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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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대(古代) 신라인(新羅人)의 로멘스의 현장(現場)을 빛바랜 영사기(映寫機)가 아닌 총천년색(總天然色)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는 듯하다.
함께 놀러온 벗으로 사귀는 누이(幷遊友妹라니? 물론 신라시대(新羅時代)근친혼(近親婚)은 익히 알려져 있다.
김유신(金庾信)환갑(還甲)무열왕(武烈王)의 딸-김유신(金庾信)의 누이 문희(文姬)무열왕(武烈王)과의 사이에 태어남-과 아재비 조카가 결혼(結婚)을 하여 자식(子息)을 아홉이나 두었다고『삼국사기(三國史記)』「열전(列傳)」에 ()하고 있으니 당시(當時) 근친혼(近親婚)은 아무런 사랑의 제약(制約)이 아닌 듯하다. www.pjnonsul.com
   을사년(乙巳年)이라면 신라(新羅) 23대 법흥왕(法興王)의 12년(525)으로 판단(判斷)된다.
법흥왕(法興王) 대에 갈문왕(葛文王)()()동생인 사부지(徙夫知)였다.
사부지(徙夫知)가 바로『삼국사기(三國史記)』의 입종(立宗)갈문왕(葛文王)이다.
‘사부지’란 우리식 이름을 한자(漢字)의 뜻을 빌어 적은 것인데, ‘사’와 유사(類似)한 ‘서’의 한자(漢字)()’을 따고 남자(男子)를 뜻하는 ‘부’를 마루 ‘()'으로 한자화(漢字化)하여 적은 것이다.
독도(獨島)확고(確固)하게 우리 땅으로 만천하(滿天下)에 알린 이사부(異斯夫)도 이끼 ()사용(使用)하여 태종(苔宗)으로 적었고, 진흥왕(眞興王)대에 국사(國史)편찬(編纂)거칠부(居柒夫)도 거칠 () ()를 써서 황종(荒宗)으로 표현(表現)하였던 것과 같은 방식(方式)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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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에 적어져 있는 인명(人名)역사기록(歷史記錄)대비(對比)해 보면 사훼부(沙喙部)사부지(徙夫知) 갈문왕(葛文王)지증왕(智證王)의 둘째아들이면서 법흥왕(法興王)의 동생인 입종(立宗)이며, 부걸지비(夫乞支妃)지몰시혜비(只沒尸兮妃)-지소부인(只召夫人)-의 어머니이자 법흥왕(法興王)왕비(王妃) 보도부인(保刀夫人)이며, 지몰시혜비(只沒尸兮妃)법흥왕(法興王)의 딸이며 삼촌(三寸)입종(立宗)갈문왕(葛文王)결혼(結婚)하여 심맥부(深麥夫)-신라(新羅) 24대 진흥왕(眞興王)-를 낳은 지소부인(只召夫人)이다.
또한 부걸지비(夫乞支妃)-보도부인(保刀夫人)-의 남편(男便)으로 기록(記錄)무즉지태왕(无卽知太王)은 524년에 세워진 <울진봉평신라비(蔚珍鳳坪新羅碑)>에 기록(記錄)모즉지매금왕(牟卽智寐錦王)법흥왕(法興王)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서석곡(書石谷) 각석(刻石) 을묘명(乙卯銘 : 535)에 ‘성법흥대왕(聖法興大王)’이란 명문(銘文)도 너무나 선명(宣明)하게 선각(線刻)되어 있어서 아마도 이때 이미 중앙집권적(中央集權的) 통치체제(統治體制)확립(確立)된 것이란 역사기록(歷史記錄 : 律令頒布, 佛敎公認)과 일치(一致)함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서석곡 마름모 무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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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감추어 있었던 역사(歷史)공백(空白)을 이렇듯 확실(確實)기록(記錄)해 둔 높은 기상(氣像)신라인(新羅人)들의 지혜(智慧)는 어디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이 역시 천전리 각석(刻石)해답(解答)이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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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석곡(書石谷) 각석(刻石) 곳곳에 화랑(花郞)들의 이름이 그들의 위상(位相)처럼 올곧게 예각(銳刻)되어 있다.
영랑(永郞), 법민랑(法民郞), 선랑(仙郞) 등 이십여 명의 화랑(花郞)들이 이곳 천전리에서 천 수백 년을 함께 숨 쉬고 있었던 것이다.
술랑(述朗), 남랑(南郞), 안상(安詳)과 더불어 신라(新羅) 화랑(花郞) 사선(四仙)으로 유명(有名)영랑(永郞)명문기록(銘文記錄)에는 ‘술년 유월 이일 영랑성업(戌年六月二日 永郞成業)’이라고 하여 화랑(花郞) 영랑(永郞)자신(自身)이 정한 목표(目標)를 이루었다고 당당하게 기록(記錄)하고 동해안(東海岸) 삼일포(三日浦)유람(遊覽)을 떠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날까지도 신라(新羅) 화랑(花郞) 영랑(永郞)은 이곳 천전리에서 또한 강원도(江原道) 동해안(東海岸)영랑호(永郞湖)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현재(現在)혼탁(混濁)세파(世波)를 바로 잡으려고 두 눈을 부릅뜨고 다시 살아날 아니 살아나야만 할 화랑도(花郞道) 정신(精神)을 외치면서 이직도 편안(便安)한 쉼터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천전리 각석에 ‘영랑성업술년유월이일’이 선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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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서라벌(徐羅伐)정신적(精神的) 구심점(求心點)이며, 삼한통일(三韓統一)주역(主役)이면서 명산대천(名山大川)에서 나라의 안위(安危)를 걱정하며 쉬이 잠들지 못하고 있는 화랑(花郞)들의 넋을 위로해 줄 몫이 우리 앞에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그들의 웅혼(雄渾)기상(氣像)을 되살려 다시 서라벌(徐羅伐)에서 국가(國家) 정체성(正體性) 찾기가 시작되어야 함을 가슴 깊숙이 느끼면서, 돌아오는 길목에 피어 있는 조그만 노랑 풀꽃이 하늘을 향해 힘찬 기지개를 펴면서, 화랑(花郞)들과 나란히 천년(千年) 신라(新羅)의 노래 향가(鄕歌)를 부르고 있다. www.pj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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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한자
1.國道  2.視野  3.活氣  4.花郞  5.鄕歌  6.希望  7.山頂  8.改名  9.高麗  10.南面  11.分離  12.編入  13.建設  14.提供  15.溪谷  16.氣稟  17.屛風  18.透明  19.視線  20.百姓  21.虛空  22.狩獵  23.天神  24.地神  25.全體  26.動物  27.農事  28.必要  29.希求  30.精華  31.祭壇  32.靑銅器時代  33.發見  34.推論  35.解釋  36.古代  37.現場  38.還甲  39.結婚  40.子息  41.制約  42.新羅  43.判斷  44.男子  45.確固  46.使用  47.國史  48.編纂  49.表現  50.方式  51.對比  52.王妃  53.男便  54.記錄  55.確立  56.一致  57.確實  58.解答  59.位相  60.自身  61.目標  62.遊覽  63.現在  64.世波  65.精神  66.便安  67.主役  68.名山大川  69.雄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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